“친구들은 많잖아. 다른 친구들이 사라져도, 지금처럼 그곳까지 혼자 갈 거 같아?”
쉽게 맞다, 아니다 말로 대답하지 못했는데. 말보다 먼저 고개를 저었고, 일어선 그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모자에 가려져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입술이 무슨 말을 하려다 잠깐 들썩거렸지만. 그의 말소리는 더 들리지 않았다.
“섣불리 대답할 순 없지만, 다른 친구들이 서운해 할 수 있지만. 이와이즈미 하지메는 제게 특별해요”
“그렇게 특별한데 왜 잃어버렸어.”
“모르겠어요. 왜 잃어버렸는지, 누가 잃어버린 것인지. 왜 이렇게 잘못됐는지. 하지메가 제 곁에 있는 게 당연했는데, 모두가 그 당연한 것을 부정해요. 하지메의 흔적을 지우고 다니는 누군가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예요. 이러다 제 머릿속에서까지 지워버릴까 봐 겁나요.”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알 수 없었다. 아주 잠깐이었는데, 그 잠깐 사이에 모든 게 엉망이 돼 이제는 누가 옳은지 그른지도 판단이 안 됐다. 모든 것의 판단을 다 미뤄두고 지금 해야 할 것은 이와이즈미를 찾아내 곁으로, 내 옆으로 데려와 다신 잃지 않는 일. 그것 하나뿐이었다. 왜 모두가 이와이즈미를 거짓말처럼 잊었는지 고민하면서 시간을 보내기엔, 사막에서 홀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이와이즈미가 보낼 시간이 생각만으로 가슴에 뜨거운 불을 담고 있는 것처럼 뜨겁게 터질 듯 힘들었다.
“…마지막 버스를 타고 내리면 있는 길 끝에, 계단이 있어. 그 길과 계단이 사막으로 가는 유일한 방법이야.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절대로 쉬운 길은 아니야.”
“그래도 다시 찾아와 절대로 놓치지 않을 거예요.”
“그래. 너는 꼭 그렇게 해.”
너는, 이란 말이 조금 이상해 다시 그를 붙잡으려 했지만.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별다른 인사 없이 돌아서서 다시 햇빛으로 들어가 빠른 걸음으로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렇게 내게 남은 것은 종이 한 장, 가지고 나온 가방. 그리고 여전한 이와이즈미에 대한 기억이었다. 이것으로 충분했고, 살벌하게 외로운 여름을 가로질러 먼바다가 닿아있는 사막으로 갈 채비가 끝났다.
(수정 과정을 거치며 실제 회지에 들어가는 내용과는 일부 다른 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